오늘의 철학 260831 김O범
페이지 정보
작성자연수새누리 조회 8회 작성일 26-08-31 13:23본문
오늘의 철학
2026. 8. 31.
김O범
요구할 때 한 번 더 생각하자
제가 역할을 맡고 철학을 쓰면서 기도를 드리고 쓴 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제 마음이 온전히 다가가길 원하는 동시에 아마도 요구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연수새누리를 나와 처음 마주한 징검다리 모임에서 아주 오래되신 선생님께서 경험담을 하시며 이곳에 오면 초심을 찾게 되고 옅어지는 열망이 다시 빛을 발한다고 하시며 초심자 선생님들의 경험담을 많이 들었으면 감사하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갓 단주의 문고리를 잡은 저는 용기를 내고 제 이야기를 진지하게 더듬거리며 꺼내놨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많은 선생님들께서 위로와 응원을 해주셨습니다. 안아주시는 선생님들도, 등을 두드려 주시는 선생님들도. 동시에 모임을 떠나지 마시고 늘 자신이 누구인지 잘 성찰하라고 당부도 해주셨습니다. 아직도 뭉클함이 느껴집니다. 얼마 전 모임을 마치고 차를 마시는 시간에 저는 다른 선생님들께 징검다리 모임에 참석해 주시길 제안했습니다. 물론 정중한 부탁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요구였을지도 모릅니다. 돌아온 대답은 저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징검다리 모임에 가면 예전의 열망은 전혀 안 보이고 침묵과 잠을 자는 시간인지 단주를 하려는 모습인지 분간이 안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연히 그분들의 시선이기에 정답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픈 건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때론 제가 갖고 있는 작은 열망조차도 이곳에 오면 사라지거나 차갑게 식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열망이 뭘까요? 조금은 다를 수 있지만 전 한 방울의 술도 식도로 넘기지 않으려는 몸부림이고 낭떠러지 절벽에서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간절함이고 병들고 과거에 미쳐있던 나를 보지 않으려 하지만, 강제로라도 돌아보게끔 고개를 돌리려는 아픔이고 눈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고통의 시간이 반복되어야 그 열망은 불을 피워낸다는 경험을 했습니다. 게으름이 자만과 교만이 무기력이 외로움이 경제적인 불안이 수시로 저를 찾아옵니다. 술이 필요하지 않냐고. 그때 제가 열망의 불씨가 크면 클수록 유혹은 금방 꺼져버립니다. 연수새누리에서 혹은 다른 모임에서 내가 낭비한 시간만큼 내가 나태하게 보낸 시간만큼 백배 천배의 고통으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 또한 경험했습니다. 그 누구도 자신의 열망을 대신 피워 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다른 회복자의 경험담으로 과거를 보여주고 지금을 보여주며 미래를 소망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 열망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금방 식을 수도 오래 갈 수도 있습니다. 전 나의 열망이 식었는지 늘 모임에서 확인합니다. 그리고 식지 않도록 선생님들의 열기를 받아들입니다. 그 열기는 회복하려는 열망의 자리에서만 피어나기 때문입니다. 열망을 잃어버리고 술에 무방비 상태에서 살아남은 중독자는 없습니다. 그 열망을 피우기 위해서는 나의 미친 정신을 드러내고 고백하고 시인하는 것입니다. 제가 경험했고 알고 있던 연수새누리와 주거시설은 몸만 피하는 피난처가 아닙니다. 또 하나의 위대한 힘이고 내 삶을 의지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 그런 존재이고 또 그런 존재이어야만 합니다. 늘 깨어있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나를 보게 됩니다. 맘껏 털어 내시길 요구합니다. 부정직한 것들도 교만했던 것들도 이기적인 것들도 망상과 왜곡의 시선도 나누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서로에게 나눠 주십시오. 단주 기간도 나이도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눈치 볼 이유도 없습니다. 당당하게 살아가시길 소망합니다. 술로 인해 먼저 세상을 떠나신 많은 연수새누리 가족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건 아마도 지금 제가 말하고 있는 요구라고 믿습니다. 더 이상 우리 가족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더 이상 아프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 철학의 주제를 생각하며 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경험담은 이것입니다. 꼭 해주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직면 도구를 이 시간에 사용하고 또 나누고 싶었습니다. 직면으로 여기셔도 요구로 받아들이셔도 좋습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한 번이 아닌 수백 번의 생각을 했습니다. 저 또한 미친 정신으로 살아왔고 술중독자이고 지금도 버겁게 회복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연수새누리 가족 여러분 늘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시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들이 되어주십시오. 다음에 그다음에 또 그다음에 오시는 우리의 새 가족들에게 우리의 열망을, 사랑을, 힘을 전해 주는 것은 어떨까요? 그래서 회복의 보금자리. 아늑한 피난처가 되어 있을 연수새누리를 상상해 보시는 것 또한 즐겁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