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철학 251217 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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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연수새누리2 조회 12회 작성일 25-12-17 11:29본문
오늘의 철학
25.12.17
이◯문
왜 그렇게 바보같이 굴었을까.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 보면 후회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럴 때면 속상하기도 하고, 내 자신이 미워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후회라는 것은 참 고통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달콤한 구석이 있는 감정인 것 같습니다. 그때 그렇게만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이, 마치 잘못된 과거를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상상을 우리를 붙잡아 두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환경 속을 지나옵니다. 좋은 환경도 있었고, 버겁고 힘든 환경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의 환경이 좋지 않아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나마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겨우 신뢰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환경이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머물러야 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인내와 태도를 배워 가는 과정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환경이 바뀌면 당황하게 됩니다. 이사를 하면 처음에는 어색하고 낯섭니다. 하지만 이사 온 첫날, 이웃들과 떡을 나누며 인사를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면 “이번에 이사 온 집 사람이 괜찮다더라”, “인정이 있다더라” 하는 말들이 오가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이게 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이웃 간의 관계도 깊어지고, 어느새 그 환경에 스며들게 됩니다.
그러다 또 몇 년이 지나면 다시 이사를 하고, 또 다른 환경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웃과의 왕래가 필요하고, 반상회 같은 모임에도 참여하게 됩니다. 저 역시 여러 번 반상회에 참석해 보았습니다. 반상회는 동네의 크고 작은 일을 함께 의논하는 자리였고, 이장이나 통장, 새마을지도자 등 각자의 역할을 맡은 분들이 주민들에게 동네 소식을 알리곤 했습니다. 모든 반을 한 번에 모을 수 없어 오늘은 1~2반, 내일은 3~4반 식으로 회의를 나누어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도 갈등은 생겼습니다. 늦은 시간에 회의를 하게 된 반에서는 대충 넘어가려는 분위기가 생기기도 했고, 사소한 일로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사람은 어떤 환경 속에서 자라왔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르신들은 종종 “너는 누구 아들이냐” 하고 묻곤 했습니다. 족보 이야기가 나오고, 그 집안의 이야기가 이어지면 “그 집은 가정교육을 잘 시켰다”라는 말이 뒤따르곤 했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부모님도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며 기뻐하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이 모든 경험을 돌아보면, 사람은 혼자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환경과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후회했던 나의 선택들 역시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때 내가 머물러 있던 환경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