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251125 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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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연수새누리2 조회 3회 작성일 25-11-25 14:39본문
오늘의 생각
25.11.25
이◯문
육성회비
육성회비를 내러 가려면 정문으로 가야 했고, 정문 앞 문방구 근처에서 서성거리며 피해 다니던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그때 학교에는 육성회비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주신 육성회비를 가지고 갔을 때, 혹시 잃어버릴까 걱정되어 책갈피 속에 넣어두곤 했습니다.
그날도 육성회비를 내러 서무실에 갔는데, 담당 선생님이 잠시 외출하셨다며 내일 다시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날 저는 그 돈을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서무실에서 그냥 받아만 주셨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남습니다.
그 상황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제가 육성회비를 쓰게 된 계기는 여자친구 때문이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우리를 유혹하듯 문방구로 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친구가 저에게 사실 사고 싶은 것이 있는데 부모님께 용돈을 못 받았다고 하길래, 저도 모르게 서슴없이 “그래, 내가 사줄게”라고 말했습니다. 여자친구는 무척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집에 가려고 하니 겁이 나는 겁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히 보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는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렸습니다. 부모님은 “그 돈은 그런 데 쓰라고 준 게 아니다”라고 하시며 크게 혼내셨고,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날 너무 많이 맞아 다음 날은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담임선생님께서 저를 교무실로 오라고 하셨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 교무실에 가니 선생님이 “너는 왜 학교에 안 나왔니?”라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거짓말로 “어제 몸이 아파서 못 나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담임선생님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셨는지, 더 캐묻지 않고 그냥 돌아가라고 하셨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갔더니, 마침 부모님과 담임선생님이 대화를 나누고 계신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몸 둘 바를 몰라 어찌해야 할지 마음만 졸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부딪쳐 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어떻게 되던간에 마무리가 잘 되고 그 일을 겪은 이후로 저는 육성회비를 절대로 따로 쓰지 않고 꼬박꼬박 학교에 가져다 드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