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260126 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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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연수새누리2 조회 30회 작성일 26-01-26 11:43본문
오늘의 생각
26.01.26
이◯문
몇 년 전, 멀리 살고 있던 친구의 부음 소식을 들었습니다. 너무 멀리 있어 마지막 가는 길에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친구가 떠난 먼 하늘을 바라보며 잘 가라는 울음 섞인 인사말만 흩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십 대 시절 매일 붙어 다니던 친구였습니다. 학교가 달라지며 자주 보지 못하게 되었지만, 생각만 해도 늘 든든했던 친구였습니다. 유난히 힘든 날, 바쁘다는 걸 알면서도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보내면 언제나 힘내라는 말로 응원해 주던 친구였습니다. 서로 사는 게 바빠 자주 만나지 못하고, 가끔 날아오는 소식 한 조각으로 안부를 나누며 지내왔습니다. 못다 한 이야기가 참 많았습니다. 생활이 조금만 우리를 놓아주면 만나서 사는 이야기를 나누자고 약속했는데, 친구는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그 약속을 뒤로한 채 먼 곳으로 떠나버렸습니다. 그토록 많은 죽음을 만나고, 그토록 많은 이별을 겪었지만 이별만큼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모든 이별은 늘 처음 맞이하는 것처럼 낯설고 고통스럽습니다. 이별을 경험하는 일은 언제나 너무 아픈 일입니다. 자갈밭에 넘어져 몸에 나뭇잎이 붙어도 묵묵히 견디는 나무를 볼 때면, 이별을 견디는 존재의 모습 같아 숙연해지곤 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을 겪더라도 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딘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느낌이 들기에, 이런 표현과 언어를 쓰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별을 더욱 낯설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이유는, 결국 나 자신의 무관심과 이기심 때문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친구와 함께할 수 있었던 수많은 시간 동안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마음이 더욱 아파옵니다. 이별의 고통에 아파할 때마다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갈 사람은 가는 거고, 남은 사람은 사는 거다.” 자식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고, 남편의 죽음까지 지켜봐야 했던 어머니의 마음은 오죽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제게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후회와 죄책감, 원망 같은 감정으로 소중한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는 뜻이었음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저는 임종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을 그렇게도 싫어하셨던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조용히 떠나셨습니다. 어느 날 밤 주무시다 새벽에 돌아가셨습니다. 아침에 아버지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달려가 뵌 아버지의 얼굴은 참 평안해 보였습니다. 이런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이제 다음 사람에게 바통을 넘겨줄 차례가 되어,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쥐고 달리다 아이에게 무사히 건네주어야겠다고 생각하신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을 잘 살아야겠다고, 그래야 덜 아프고 덜 후회하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살아 계실 때 무엇이든 아껴 써야 한다며 택시는 절대 타지 않으셨습니다. 그 돈이 아깝다며 끝까지 버스를 타시던 분이었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가 “그렇게 절약하며 살았는데 하늘에서 나를 보고 뭐라고 하시겠냐”고 하시기에,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이별을 합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별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쉽지만 따뜻하게 이별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를 잘 살고, 오늘 하루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