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철학 260303 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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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연수새누리2 조회 8회 작성일 26-03-03 13:11본문
오늘의 철학
26.03.03
김◯범
겸손하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1단계이기도 한 알코올에 대한 무력함을 인정하고 앞으로의 삶을 무력하게 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중독의 병식을 듣게 된 20대에도 나는 단주는커녕 삶에 관해 어떠한 관심도 없었습니다. 해결책이 아닌 걸 알면서도 죽음을 택하려 했던 때가 부지기수였고, 그 곁엔 늘 알코올이 따랐습니다.
저에게 겸손은 참 힘들고 광범위한 것 같습니다. 저는 남의 말을 듣는 자리에 이렇게 오래 있을 수 있는 사람이 결사코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인사를 하고 공감을 하려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된 이유는 잘 모릅니다. 아마도 여러 공동체의 공간에서 머물다 보니 자연스레 물들었나 봅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 또한 겸손의 한 가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생각과 의견이 존중을 받기 위해서는 타인에게도 똑같이 해야 하고, 내 생각과 내 행동만이 중심이고 옳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 또한 겸손이겠지요. 과거의 내 잘못을 인정하고 고백하고 시인하는 것 또한 겸손일 것이며, 나를 돋보이기보다 타인을 칭찬하는 것 또한 겸손일 것입니다. 제가 재발을 하고 나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늘 알코올을 내 의지로 조절하려는 교만과 혼자 해보려는 자만이 큰 이유였다는 것입니다. 과연 나는 알코올에 완전히 항복한 것일까? 그것을 스스로 검증하고 잊지 않으려 여러 공동체에 저를 맡깁니다. 내가 얼마나 알코올에 무력하고 쉽게 쓰러지는지, 그리고 나약한지를 받아들입니다. 우리의 받아들임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말합니다. 저에겐 받아들임이 겸손의 기본이라고 생각됩니다. 나의 과거를, 나의 잘못을, 나의 나약함을, 나의 욕심을, 나의 거짓을, 나의 교만함을, 나의 이기적임을 모두 인정하는 것. 그리고 타인의 말과 생각을, 타인의 행동을, 타인의 삶을, 타인의 인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또한 혼자서는 단주와 회복은 물론 인생에서도 살아갈 수 없음을 시인하고 받아들이는 것. 제가 신을 찾고 위대한 힘을 입으로 고백하는 것 또한 나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인정하기 때문이며, 나보다 더 강하고 영원하신 분이 계심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요즘 나의 환경을 받아들이고 살고 있습니다.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바꾸려 하고, 노력으로도 안 되는 것들은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편안해지고 감정 또한 크게 흔들리지 않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나를 존중하려 하고, 내 삶을 이제는 인정하려 합니다. 과거를 받아들이고 이제는 현재와 내일을 바라보며 준비합니다.
나의 회복과 삶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선택하고 방해가 되는 것들은 멀리하려 합니다. 왜냐고요? 저는 아직도 많이 서툴고 부족하며 언제라도 외줄에서 떨어질 수 있는 중독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중독자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이 병 또한 내 인생의 한 부분이고 과정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